어느 할머니의 파마머리에서 읽어낸 마음의 곡선, 그리고 삶의 결


오늘 아침, 출근길.

익숙한 길인데, 낯설게 발이 멈췄다.


앞서가던 한 할머니의 뒷모습.

그분의 머리카락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뽀글뽀글하게 말아 올린 백발의 파마머리.


그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저릿했다.

머리칼 하나에서 삶의 사연이 느껴졌다.


“여자들은 왜 파마를 할까?”


아무 생각 없이 떠오른 물음이었다.

그러나 그 질문은

어느새 나를 삶의 곡선으로 이끌었다.


혹시

마음이 꼬였기 때문에 머리도 꼬는 걸까?

이 엉뚱한 상상은

오히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마음을 품고 살아왔는지를

곱씹게 만들었다.


남자의 직선, 여자의 곡선


남성의 삶은 대개 직선적이다.

정해진 목표, 단순한 해결, 빠른 결정.

감정보다는 효율, 표현보다는 통제.


반면 여성의 마음은

돌고 돌고, 돌아서 도달한다.

한 번에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감정을 오래 품고,

기억 속에서 수십 번씩 되새긴다.


그리고 그 복잡다단한 감정의 매듭은

머리카락처럼 곱게, 그러나 단단히 말려간다.


파마는 자기 마음의 표현이다


- ‘나를 살아내는’ 작은 반란

파마는 단순한 미용이 아니다.

그 안에는 말하지 못한 감정,

미뤄두었던 욕망,

이제야 허락된 작은 변화가 있다.

“나는 아직 나를 포기하지 않았어.”

파마는 그렇게 속삭인다.


그것은

감정을 다독이는 손길이자,

지나온 시간을 기념하는 의식이고,

다시 살아보고자 하는

은밀한 자기 선언일지도 모른다.


노년의 파마는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머리손질


노인의 파마는 누굴 위해 꾸미는 게 아니다.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노인의 파마는 자신의 정체성을 정돈하고 싶은 깊은 욕구가 아닐까.


굽은 허리와 주름진 손등,

그러나 여전히 단정하게 말린 머리카락엔

삶에 대한 존중이 담겨 있다.


“내가 나를 가만히 다듬어주는 일.”


꼬인 마음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우리는 종종

“꼬인 마음은 풀어야 해”라고 말한다.

하지만 때로 꼬인 채로 있어야

비로소 자기만의 무늬가 생긴다.


그 무늬가, 그 곡선이 바로 ‘나’일 수 있다.

무작정 풀려고 하지 말고

그 안을 들여다보자.

누구를 위해 꼬였는지,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는지.


그 안에는

참았던 말들,

눌러왔던 눈물,

그리고 사라지지 않은 사랑이 숨어 있다.


머리카락에 새겨진 인생 곡선


할머니의 파마머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언어였다.

세상을 말없이 감싸 안는 곡선,

삶을 이해하려는 인내의 곡선.


삶이 곧고 똑바르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는 결국

자신만의 곡선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그 곡선은,

결코 약함의 증거가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자기만의 파마머리’가 있다


누구는 말로,

누구는 그림으로,

또 누구는 머리 모양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낸다.


당신의 곡선은 어떤 모양인가요?

그것이 바로

당신이 살아온 시간의 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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